본문 바로가기
영차영차

헌트,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

by 애매한 숫자 2024. 2. 13.

의심으로 시작하는 영화, 헌트

미국 순방 중이던 대통령을 경호하던 안기부 해외 팀 차장 박 평호(이정재)와 국내 팀 차장 김 정도(정우성)는 대통령의 암살 작전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암살 정보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암살을 막기 위해 각자 범인이 누구일지 역으로 추적을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던 두 사람은 코앞까지 범인의 뒤를 쫓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슬아슬함 총격전이 벌어졌고 대치 중이던 박 평호가 범인의 인질로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긴박한 순간, 김 정도는 망설임 없이 범인을 향해 총을 쏘고 인질로 잡혀있던 박 평호를 구해냅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박 평호는 오히려 화를 냈습니다. 배후를 밝힐 유일한 단서가 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묘했습니다. 결국 암살 소동의 배후를 밝히지 못한 체 국내로 들어오게 된 김 정도는 또다시 박 평호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김 정도는 선배인 박 평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생각보다 평화로 보이는 것도 잠시, 두 사람의 불편한 과거 이야기가 밝혀졌습니다. 박 평호가 과거 김 정도에게 고문을 당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 묘하게 보였던 대립이 이때부터 뚜렷해졌습니다. 고문을 당했던 과거는 있지만 그 시대에 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집을 가진 높은 자리에 있는 박 평호와 치솟는 집값 걱정이나 하면서 가족들과 소담하게 살지만 사람을 고문하던 과거가 있는 김 정도 둘 중 누가 위에 있고 누가 더 강한지 서로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대립하는 두 사람 모두 수상해 보였습니다. 영화 "헌트"가 작품을 홍보할 때부터 숨겨진 스파이의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자연스럽게 스파이를 찾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괜히 작은 미션이 주어진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면서 스파이를 열심히 찾았던 것 같습니다. 되려 촉을 세우고 인물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모든 인물들이 다 수상했습니다. 몰입에 심취해서 긴장의 끈을 놔버릴 수 없었습니다. 초반에 쉽게 인질이 되었던 박 평호 차장이 의심스럽다가도 망설임 하나 없이 단서를 제거하던 김 정도 차장이 또한 의심스러웠습니다.

끝까지 의심되는 두 사람

어느 날 스파이 존재에 대한 의심에 불이 커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대통령이 강행한 북파 작전의 정보가 이미 북한에 노출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투입된 요원들이 모두 제거되었고 작전은 시작도 못해보고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북한 핵심 인력의 귀환 요청으로 일본에서 기밀 작전을 수행하던 해외 팀의 작전까지 적들의 공격으로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실패는 곧 내부의 정보가 새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안기부는 기밀 작전에 대한 정보를 북한에 빼돌리는 내부 스파이의 존재를 확신하고 소문만 무성하던 스파이의 존재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안기부는 해외파 차장인 박 평호와 국내파 차장인 김 정도에게 서로를 표적 삼아 스파이를 추적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두 사람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서로의 주변을 조사했습니다. 급박하게 뛰어다니는 김 정도의 모습은 스파이가 아닌 그저 정권의 하찮은 심부름꾼으로 보였습니다. 정보전에 밀려서 김 정도보다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이는 박 평호를 볼 때면 억울하게 스파이로 오해받을까 봐 괜히 불안해졌습니다. 가깝다는 이유로 각자 무고한 여대생과 사업가를 납치해 고문을 하면서 억지로 자백을 강요하는 모습이 처절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어두운 구석이 있었지만 무고해 보였습니다. 극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계속 움직이면서 극의 중간부터는 정말 스파이가 두 사람 중에 있는지 안기부 안에 있는지 의심되기까지 했습니다.

밝혀진 스파이, 더 중요한 역사적 사실

영화의 전부일 것 같았던 스파이의 존재는 놀라운 반전과 함께 생각보다 빨리 밝혀졌습니다. 너무 쉽게 알려주는 감이 있었는데 숨겨져있던 비밀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긴장감이 떨어지기는커녕 점점 극으로 치닫습니다. 영화 “헌트”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어린 청년들과 국민들을 쉽게 짓밟았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그래서 시원한 총격전보다는 약한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징그럽고 폭력적인 고문 장면이 잊을만하면 계속 등장합니다. 주인공이지만 원하는 것을 얻고자 인질을 고문하는 악랄한 모습을 통해 불안했던 과거를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처절한 추격전은 인간의 악한 모습보다는 절박할 수밖에 없었던 불안했던 그 시대를 간헐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안타까운 상황 때문에 잔인해 질 수 밖에 없던 두 사람이 불쌍했습니다. 영화는 스파이에서 초점이 걷어지는 순간 단순한 스파이 첩보물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영화 “헌트”의 홍보 문구 중에 하나의 목표 두 개의 총구란 말이 있었습니다. 두 개의 총구 중 하나는 스파이의 총구일 테고 남은 하나의 총구가 남았다는 뜻입니다. 그 총구가 어디를 향해 가리킬지 유추하다 보면 두 개의 총구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까지 추리하게 되면서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슥슥 지나치지만 남파 사건, 안기부 비리 사건, 민주화운동, 아웅산 폭탄 테러같이 실제 있었던 사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알아채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물론 역사를 몰라도 엄청난 몰입감과 긴장감으로 보는 내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를 보여주는 인물들과 역사적 배경을 보다 보면 어느 한 사람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이 없었고 가볍게 희생된 이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역사적 사건 배경과 미스터리 한 스파이의 존재, 그리고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총구까지 재미난 포인트가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흥행 배우에서 감독 데뷔까지 성공한 이정재 배우

영화 "헌트"는 전 세계 영화인들이 꿈꾸는 칸 영화제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습니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체스 영화제'에서 스릴러, 액션, 블랙 코미디 같은 장르의 영화들이 경합을 벌이는 부문에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이전에 '오징어 게임'으로 각종 연기상과 함께 크게 주목받은 "이정재 배우"가 연기가 아닌 감독 데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습니다. 게다가 뽀얀 피부가 예뻤던 시절부터 함께한 정우성 배우와 중년의 나이로 다시 한번 나란히 담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두 사람이 오래된 친구로 사업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제작한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두 사람이 감독으로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면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좀 더 나이 든 두 사람이 담긴 영화를 기대해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