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
대학을 졸업한 샐리는 친구 아만다의 부탁으로 그녀의 남자 친구인 해리와 한 차로 뉴욕으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은 대화를 할수록 계속 의견이 부딪치게 되면서 가볍게 말싸움을 벌였습니다. 휴식을 위해 식당에 가는 도중에도 두 사람은 영화에 대해 얘기하다가 불필요하게 투닥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대화의 내용이 갑자기 성적인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리의 마음은 아마 차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해리가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샐리에게 본능적으로 끌려서 괜히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식사 주문을 할 때도 귀찮은 조건을 덧붙이면서 까탈을 부리는 샐리를 보며 입술을 내밀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해리는 음식값을 계산하는 샐리를 그윽하게 쳐다봤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샐리에게 매력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심 따위는 없고 인정할 건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제법 어이없었습니다. 해리는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낀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샐리는 해리에게 여자친구인 아만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분명한 경계를 그어버립니다. 해리는 선을 그은 샐리에게 자신이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웃기지도 않을 변명을 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를 하던 중, 또 해리는 갑자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이 영화의 핵심이 되고, 세상의 모든 남녀 간 우정에 돌을 던지는 역사를 남깁니다.
쿨한 이별과 이상한 우연
뉴욕에 도착한 샐리는 당신의 생각대로라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없다며 뉴욕에 아는 사람이라곤 해리뿐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아쉬워하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샐리도 사실 함께 오는 동안 해리에게 호감이 생긴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때 다른 로맨스 영화가 그렇듯 두 사람의 사이가 발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두 사람은 깔끔하게 인사하고 헤어집니다. 서로 혐오하는 관계에서 호감으로 호감에서 연인으로 뻔한 결말의 로맨스와 달랐습니다. 몇 년 후 두 사람은 공항에서 재회합니다. 샐리가 공공장소에서 연인과 진하게 키스를 하다가 해리와 마주친 것이었습니다. 해리가 아만다와 트렁크 뒤에서 키스하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여전했습니다. 샐리는 똑 부러지고 해리는 삐딱했습니다. 키스하는 연인이 있지만 두 사람의 여전한 모습을 보고 이제 본격적으로 연애가 시작되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해리가 샐리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두 사람은 또 깔끔하게 헤어집니다. 헤어지는 두 사람을 보던 제가 더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두 사람은 서점에서 우연히 또 재회합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타이밍도 좋았습니다. 해리는 이혼 통보를 받고 샐리는 연인과 헤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서로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가식은 던져버린 체 과감 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니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친구라고 부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별 때문에 힘들어했던 해리와 다르게 무덤덤했던 샐리는 헤어진 전 남자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름하여 이별 후폭풍이 온 것입니다. 영혼의 친구인 해리는 샐리의 집으로 달려가 뒤늦게 이별의 고통을 겪는 그녀를 위로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두 사람은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드디어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는구나 생각했지만 해리는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도망치듯이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사라져 버린 그의 태도에 샐리는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개똥 같은 해리의 태도로 생긴 오해를 풀고 연인이 될 것인지 서로 없으면 아쉽다는 핑계로 앞으로도 친구로 지낼 것인지 두 사람의 관계를 분명하게 결론낼 시간이 왔습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섹시하지만 능글거리는 남자나 똑 부러지는데 어딘가 허당미를 풍기는 여자,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캐릭터 설정 때문에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면 몇 개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남녀가 사사건건 부딪치는 와중에 섹시한 남자의 발칙한 대사도 어디에서 본 거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능글맞은 남자한테 사실은 아픈 상처가 있다던가 하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신파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1989년에 개봉했으니 원조는 아마 이 영화일 것입니다. 비슷한 류의 영화를 생각해 보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부분 부분이 담겨있었던 거 같습니다.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이 미묘한 관계를 거쳐 친구 또는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과 두 사람의 심리 변화는 현실에 없을 거 같지만 또 은근 사실적이었습니다. 아마 지금 개봉했어도 흥행에 무리가 없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1989년도에 개봉한 작품인데도 패션, 대사, 소재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이 완벽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애매했던 이성 친구의 문제에 대한 의견도 정확해질 수 있었습니다. 해리와 샐리가 친구라면 저는 친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냥 평범한 친구 관계와 호감 있는 이성 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제대로 된 경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성별이 다른 남녀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냐는 문제에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르게 대답합니다. 그런 사람들도 샐리와 해리의 연애를 통해서 다시 결론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성별이 다른 친구의 존재는 도파민만 만들어낼 뿐입니다. 연인의 질투와 다툼을 불러일으키는 이성친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이 영화가 교훈이 되길 바랍니다. 설레는 느낌이 가득한 달콤한 로맨스보다 현실 고증이 들어간 로맨스가 보고 싶다면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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