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완성해 주는 추천 영화
영화는 계절을 더욱 그 계절답게 포장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릴 때부터 수없이 겪은 날들인데 괜히 설레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여름의 무더운 더위를 잠시 잊게 되고, 길가에 떨어진 낙엽에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며 없던 우수를 찾아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겨울 향기가 나는 영화들을 참 좋아합니다. 현악기 연주로 시작되는 캐롤, 반짝이는 트리, 새하얀 눈 다른 계절보다 마음을 더 간지럽게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맨스 장르도 겨울이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11월이 돌아오면 추위가 매섭지 않아 지금이 겨울인지 긴가민가합니다. 날씨가 참 애매합니다. 날씨가 이러니 괜히 한파 바람을 그리워하며 빨리 추워지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럴 때 저는 겨울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겨울 분위기를 한껏 느껴봅니다. 팁이 있다면 무조건 큰 화면으로 즐기는 게 좋습니다. 특히 올해는 12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날씨가 초봄 같아서 겨울 영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김에, 겨울 향기가 가득한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11월에 한 번 봤지만, 또 봐도 여전히 너무 좋습니다. 사랑과 이야기가 풍성한 한 남자의 공항 터미널 표류기, 영화 "터미널"입니다.
공항 터미널에 갇힌, 한 남자
영화는 한 남자가 미국 뉴욕의 JFK 공항 터미널에서 9개월 동안 표류하는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내용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실제 이야기는 영화보다 훨씬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이란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실제로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18년을 보냈습니다. 이는 영화보다 17년과 3개월이 더 긴 기간입니다.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후속 이야기에서는 나세리에게 권리금도 지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주인공은 빅터 나보스키라는 남자입니다. 가상의 공산국가 크라코지아에서 왔지만,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도중 고국에 쿠데타가 발생하고 내전이 시작되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그는 하루아침에 무국적자가 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뉴욕의 땅을 밟을 수도 없게 됩니다. 빅터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어쩔 수 없이 공항 터미널에서 표류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주인공 나보스키처럼 해봅시다.
나보스키의 표류는 공항에서 받은 식사권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돈이 없으니 끼니 해결도 못하고 잠잘 곳을 찾아서 떠돌아야 했습니다. 우연히 반한 여자도 이미 연애 중이고 끼어들 틈도 없었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돈도 없는 나보스키에게 공항 터미널은 불친절 그 자체입니다. 이때부터 설레는 공항 터미널이 다르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보스키는 유쾌하게 적응합니다. 버거킹 세트도 먹을 돈이 없었는데 수화물 카트 반납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뭔가를 발견하거나 도전할 때마다 올라가는 한쪽 눈썹이 귀엽습니다. 처음에는 햄버거 밖에 주문을 못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콜라가 추가되고 결국 감자튀김을 추가해 세트를 완성해 먹습니다. 물론 길이 생기면 방해꾼도 있는 법입니다. 공항 총관리자 예정자인 프랭크입니다. 그는 TV와 서점의 책으로 영어까지 터득해 공항에서 노숙하는 나보스키를 치우고 싶어합니다. 그를 쫓아내기 위해 카트 정리 직원까지 채용해 결국 돈벌이 수단을 막아버립니다. 나보스키의 행복도 잠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막혀 과자로 끼니를 때우는 수난이 시작됩니다.
반짝이는 곳, 다양한 사람들
수난도 잠시, 그의 앞에 공항 직원이 나타납니다. 나보스키가 매일 포기하지 않고 입국심사를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목적은 그가 혼자 사랑에 빠져버린 아름답고 멋진 입국심사 여직원이었습니다. 남자 대신 여직원에게 질문을 해주면서 나보스키는 먹을 것을 제공받게 됩니다. 그의 입국 의지 덕분에 뜻하지 않게 수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나보스키는 귀여운 이유를 계기로 공항 직원들과의 우정도 생깁니다. 심술 가득한 청소 직원, 뒤에서 직진하는 짝사랑 전문가, 다양한 사람들이 공항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번쩍이는 공항에는 세련된 행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차갑고 악독한 현실에 화가 나다가도 어리숙한 나보스키가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화는 잊고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하는 어리숙한 나보스키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 우정, 이민자의 고충, 잘못된 사랑, 꿈, 가족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보스키와 만나 풍성해집니다. 볼 때마다 나도 힘든 일이 왔을 때 이렇게 이겨내야지 다짐하게 됩니다. 나보스키를 보다 보면 용기가 생기기 때문에, "터미널”을 겨울 영화 중 제일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터미널”은 일 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연말에 보기 딱 좋습니다. 저는 몇 년째 매년 연말 행사처럼 보고 있습니다. 내년을 위한 무한한 긍정과 용기가 필요하다면 영화 "터미널”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침대 위 이불 안에서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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