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차영차

라라 랜드, 눈과 귀가 즐거운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

by 애매한 숫자 2024. 1. 8.

2016년 최고의 로맨스 영화

라라 랜드는 2016년에 개봉한 데미안 샤젤의 뮤지컬 영화입니다. 감각적인 연출과 중독적인 수록곡이 근사한 로맨스 영화로, 개봉하기 전부터 입소문이 나서 그해 연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있게도 주변에서 영화를 보고 온 주위 커플들의 평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냅다 노래를 부르더라, 노래는 좋았는데 지루했다. 가슴이 아프지만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 많아서 인생 영화가 됐다. 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상업영화만 좋아하는지라 주위 평가를 듣고 영화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ott가 나오기 전까지 뜻도 모른 채 수록곡이 근사해서 노래만 즐겨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라라 랜드의 제목의 뜻을 알게 되었고 영화의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영화 제목이 몽상의 세계'(꿈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live in La La Land'라는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꿈속에서 산다, 즉 '사리분별을 못 하는 성격이다'라는 뜻으로 소위 말하는 대가리 꽃밭이라는 뜻도 있어서 아름다운 로맨스하고는 거리가 있는 부정적인 뉘앙스였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이겨내고 사랑을 이루는 결말인가 아니면 아름다운 장면과 달리 팍팍한 현실을 노래로 승화시키면서 사랑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내용인가 아리송했습니다. 그래서 평가만 들었지 볼 생각이 없다가 영화를 찾아보았습니다.

감각적인 연출, 계절이 보여주는 사랑

라라 랜드는 가져갈 수 있는 모든 상을 수상한 영화답게 감각적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같은 생동감 넘치는 컬러와 그 밖의 컬러가 조화롭게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사람들이 단체로 내려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경쾌한 리듬으로 시작하는 게 최고의 뮤지컬 영화다웠습니다. 또한 재미있었던 요소가 있었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면으로 크게 자막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두 주인공도 모르게 넘어간 첫 만남부터 여자 주인공 미아가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의 재즈 연주에 홀릴 듯이 클럽에 들어가면서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사랑하는 연인이 되기까지 계절의 변화를 통해 관계가 서서히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바스찬은 재즈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으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물질적인 성공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전통적인 재즈 바를 운영하는 게 꿈인 거칠고 자유로운 남자입니다. 그래서 퓨전 재즈나 재즈 팝을 싫어하고, 재즈가 인기를 잃어가는 게 불만이지만 누구보다 재즈를 좋아하는 열정적인 사람입니다. 미아는 배우 지망생으로 보는 오디션마다 약간의 방해 요소로 번번이 떨어지지만 당차고 배우로서 성공을 꿈꾸는 낭만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파트타임 카페 알바를 하면서 현실 때문에 미래를 불안해하고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지쳐있습니다.

현실과 꿈, 선택의 순간

재즈에 대한 강한 열정을 지닌 체 그녀를 위해 근사한 재즈 연주를 하는 세바스찬에게, 뜨거운 꿈을 지닌 체 누구보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미아에게 서로는 아닌 척 스며들듯이 강하게 이끌려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그토록 원하는 꿈이 있었기에 서로 알아봤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름에는 더운 날씨처럼 뜨겁게 서로 사랑합니다. 세바스찬은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져 연기할 기회가 없는 미아에게 직접 글을 쓰라고 조언하며 그녀가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여기서 미아가 준비한 연극을 보고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인상 깊습니다. 천재야! 대뜸 감탄하면서 자신 없게 말하는 그녀에게 그게 핵심이야!라고 단언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할지 걱정하는 그녀에게 그깟 사람들!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합니다. 미아를 무겁게 만드는 두려움을 세바스찬은 저 멀리 던져버립니다. 그녀의 가능성을 강하게 믿어주는 그가 미아를 완성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세바스찬은 미아가 엄마와 통화하는 이야기를 엿듣고 그토록 싫어했던 퓨전 재즈밴드에 들어가면서 꿈과는 조금 먼 현실로 들어갑니다. 세바스찬의 꿈을 아는 미아는 그가 꿈을 버리고 현실에 안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밴드로 성공한 세바스찬이 바빠지면서 미아는 변한 그에게 그가 꿈꿨던 재즈 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현실에 발을 디딘 그는 밴드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핑계처럼 대면서 자신이 철이 없었고 그간 원했던 것은 허황된 꿈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꿈과 현실에서 선택의 순간이 오게 되고 경쾌하던 리듬만큼 반짝거렸던 관계가 불안해집니다. 미아는 준비한 연극이 망했고, 누구보다 그녀의 꿈을 실현하기를 기대했던 세바스찬은 밴드 일로 연극 관람을 놓칩니다. 꿈을 위해 도전했던 미아는 사람들의 악평으로 현실에 완전히 발을 디디면서 꿈도, 꿈을 응원했던 세바스찬과도 이별합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미아와 헤어지게 되고 미지근한 삶을 사는 세바스찬은 미아를 찾는 캐스팅 디렉터의 전화를 받습니다.

불안하기에 반짝이는 이들을 위한 도시

세바스찬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미아의 집을 찾아갑니다.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슬쩍 나왔을 뿐인데 사소한 것도 기억하고, 정통 재즈에 대한 신념도 버리고 세바스찬은 정말 로맨티스트가 아닐까요? 어쨌든 미아는 세바스찬과 함께 다음날 오디션을 보러 갑니다. 미아는 오디션에서 파리를 배경으로 주제가 없는 자유연기를 합니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간절함을 쏟아내고 오디션을 무사히 끝냅니다. 단순히 오디션을 보게 도와줬으니 둘의 관계가 당연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아가 질문을 합니다. "우리의 관계는 어디쯤에 있느냐?"라고 말합니다. 거기에 세바스찬은 그냥 흘러가게 두 자고 대답합니다. 꿈에 다가서고 관계도 단단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대화는 저를 아리송하게 만들었습니다. 꿈도 두 사람의 관계도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자그마치 5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미아는 유명 배우가 되었고, 세바스찬은 원하던 대로 재즈 바를 운영합니다. 둘이 꿈을 이루고 결혼까지 했구나 생각하는 찰나, 그녀의 옆에 다른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남자와(남편) 세바스찬의 재즈 클럽에 우연히 들어가게 됩니다. 우연히 연주를 듣고 그를 처음 만났던 겨울처럼 피아노 연주에 맞춰 미아는 상상합니다. 준비했던 연극이 바로 성공하고, 세바스찬과 파리에 가서 배우로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말합니다. 거기에는 옆에 남자 대신 세바스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에는 세바스찬의 꿈인 재즈 바는 없었습니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미아가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데, 슬픔인지 후회인지 알 수 없는 표정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보통 로맨스 영화라면 짠하고 꿈이 이루어지고 사랑은 견고해지기 마련인데, 운명 같았던 사랑은 끝이 나고 기적 같은 성공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라라 랜드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간절하게 품고 있는 꿈에 대해 갈망하며 반짝거리지만 불안한 사랑에 흔들리는 청춘이라는 순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감미로운 노래와 감각적인 연출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 그저 가볍고 경쾌한 로맨스 장르로 알고 있었습니다. 딱 말씀드리겠습니다. 감미로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데이트 계획을 한 커플들은 조심하세요. 하지만 꿈에 지친 분들이라면 라라 랜드를 추천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