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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홀리데이, 3주 뒤 내가 죽는다.

by 애매한 숫자 2024. 1. 8.

백화점 주방용품 판매원 조지아

뉴올리언스 백화점 주방 용품 판매원으로 일하는 조지아의 서랍 안에는 그녀가 직접 만든 가능성의 책이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 안에는 좋아하는 스타 셰프의 사진과 먹어보고 싶은 요리, 여기저기서 잘라 붙여 완성한 짝사랑하는 남자인 숀과의 결혼식 사진들이 붙어 있습니다. 마치 먹지 않고 장식만 해놓는 예쁜 초콜릿처럼 조지아는 시도해 볼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조지아는 매주 일요일 교회 성가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평일 출퇴근을 반복하는데 회사, 집, 교회 단순한 일상이 지겨운 건지 수줍음이 많아서 그런 건지 노래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썩 즐거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안타까운 로셸은 짝사랑하는 숀과 연애라도 해보라며 부추기지만 조지아는 설레는 표정도 숨기지 못하면서 입으로는 그만하라고 친구를 말립니다. 가능성의 책에는 결혼사진까지 직접 잘라 붙였으면서 말입니다. 이것만 이상한 건 아닙니다. 그녀는 스타 셰프의 요리 TV 쇼를 보면서 대답까지 해가며 신나게 요리를 만들지만 이웃집 아이와 그의 할아버지에게 나눠줄 뿐 그녀는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요리의 제일 큰 즐거움은 맛보기인데 기껏 해놓고 냉장고에 있는 볶음밥이나 데워 먹는 꼴입니다.

시한부 통보 그리고 대담한 변신

판매하는 물건으로 직접 요리를 시연하는 수요일, 조지아는 그날 오후 상사에게 돈이 안 되는 일을 한다며 싫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숀이 너스레를 떨며 말을 건넵니다. 숀도 조지아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술을 마시는지 어렵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아뿔싸 조지아가 너무 놀란 나머지 서랍장에 머리를 박아버립니다. 그녀는 데이트 신청에 답도 못하고 기절해 병원에 실려가게 됩니다. 아픈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이마에 서랍장 자국만 선명할 뿐인데 남은 시간이 3주밖에 없다며 그녀에게 시한부 선고를 합니다. 수술한다고 해도 못 산다는 의사의 말과 보험 적용은 안된다는 보험 사정관의 말은 차갑고 현실적입니다. 조지아는 하나님을 탓하기도 하고 가능성의 책을 펼쳐놓고 이것도 못해보고 저것도 먹어보지 못했다며 후회를 쏟아냅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은행에서 지금껏 모아둔 전 재산을 인출합니다. 잃을 것이 없는 그녀는 가보고 싶던 유럽에 유명한 요리사 디디를 만나러 마지막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한 것입니다. 여행지에 온 그녀는 뜻밖에도 상원 의원과 그녀가 일하던 백화점 사장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대담하게 행동하면서 놀랍게도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주목하게 만들더니 결국엔 엄청난 영향력을 주위에 미칩니다.

크리스마스 설렘을 불러오는 아름다운 영화 배경

조지아가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눈으로 덮인 하얀 배경이 크리스마스의 설렘으로 두근거리게 합니다. 그녀가 묵은 화려한 '그랜드 호텔 풉프'는 온천 휴양지로 명상이 자자한 카를로비 바리라는 지역의 대표적인 5성급 호텔입니다. 이곳 연회장에서는 동유럽권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 세계 5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카를로비 바리 국제 영화제가 매년 열리며 특유의 화려함과 아름다움 덕분에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라스트 홀리데이 외에도 영화 "007 카지노 로열"에서 나오는 스플렌디드 호텔이 바로 '그랜드 호텔 풉프'이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외관 모티브도 이 호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한 번쯤 조지아의 스위트룸에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보고 싶을 만큼 근사합니다. 물론 현실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 같습니다. 스위트룸 숙박 가격이 1박에 약 230만 원으로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입니다. 버킷리스트에 크리스마스 호텔 여행을 적었지만 앞에 스위트는 지워버렸습니다. 호텔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번지점프 장소는 베르자스카 댐입니다. 약 220m의 아찔한 높이로 63 빌딩보다 조금 낮은 높이인 것 같습니다. 크레이 건이 못 뛰어내리는 모습을 조지아와 비교되게 보여주면서 겁쟁이 모습으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강조했는데 사실 못 뛰어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합니다. 쉬운 코스는 아니지만 광활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번지점프 장소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조지아가 더 대담하게 변화된 것은 유럽의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분위기의 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지아가 다녔던 근사한 여행지를 그대로 꼭 한 번 크리스마스를 보내보고 싶었습니다. 금방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연말 분위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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