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괴팍한 노인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끝까지 고집하는 노인이 있습니다. 그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마을의 법칙을 깨는 것들을 단속합니다. 자전거 주차금지구역에 주차된 자전거나 마을에 차 진입 규칙을 어겨버리고 들어온 차는 괴팍한 노인에게 치워지거나 호되게 혼을 당합니다. 그가 마을 일에만 민감한 것은 아닙니다. 할인이라던 꽃을 막상 사려니 조건을 붙여 2개를 사야 한다는 것처럼 그에게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그는 투사가 됩니다. 괴팍하게 나만의 고집으로 세상 모두에게 화를 내는 이 까칠하고 바삭한 노인은 오베라는 남자입니다. 오베는 어느 날 45년 다닌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잘립니다. 우물쭈물 설명하려는 사람의 말도 자르고 그는 화도 내지 않고 쿨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아내의 무덤에 방문하고 냉장고를 정리한 오베는 멋들어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천장에 줄을 매단다. 지병으로 떠난 아내의 곁으로 가기 위해 죽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죽음을 방해하는 이상한 이웃들
서서히 눈을 감고 죽음으로 가려는 그때 갑자기 짐을 가득 실은 차가 창문에서 알짱거리고 있었습니다. 꼬장꼬장한 성격에 지켜볼 수 없는 오베는 목에 감긴 줄을 풀고 새 이웃에게 화를 내기 위해 친히 문을 열고 나갑니다. 마을에 차 진입은 금지라고 호통친다. 여자는 남편 탓을 하고 운전에 미숙한 남편은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합니다. 내 마을에 차를 둘 수는 없지만, 오베는 손수 운전까지 해서 직접 차를 치우고 뜻하지 않게 이웃의 이사를 돕게 됩니다. 죽기에 실패한 다음날 아침 순찰을 도는 오베는 고집스러운 고양이부터 마을 규칙을 깨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게다가 이웃집 아네타는 난방이 안된다고 집을 봐달라는 부탁까지 합니다. 아내의 묘비 앞에서 오베는 이상한 이웃들에 대해 투덜거리며 묘비를 쓰다듬습니다. 아내를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이 쓸쓸합니다. 오늘은 꼭 옆으로 갈게라는 말을 건네는 그는 다시 한번 강하게 죽음을 다짐합니다. 오베는 다시 한번 천장에 줄을 메달고 몸을 던지려 합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사 온 패트릭과 파리바네 그리고 귀여운 꼬마들이었습니다. 도움을 주어서 고마웠다며 음식 통을 건네며 감사 인사를 합니다. 내키지 않지만 귀여운 아이들 때문에 오베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입니다. 두 번이나 그를 방해한 주제에 친해진 것처럼 패트릭은 오베에게 사다리를 빌려달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소냐의 물건을 집어 든 이웃을 본 아니타는 오베를 위해 죽은 소냐의 이야기를 하며 만류합니다. 괴팍한 오베는 화가 나 이웃을 향해 불같이 꺼지라고 화를 내고는 집에 들어가 버립니다. 그는 또다시 메단 줄에 목을 끼워놓고 고집스럽게 몸을 던집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집스럽고 괴팍한 노인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로 돌아와서 목을 메달은 오베는 어머니의 장례식부터 아버지와의 추억과 그의 죽음을 주마등처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는 또 실패합니다. 진짜 죽음으로 가나 싶었는데 줄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줄까지 오베의 죽음을 방해합니다.
눈물 나는 오베의 삶과 사랑스러운 이웃들
죽은 아내가 자신의 죽음을 말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오베는 빌려 간 호스를 찾아와 빌려 간 호스를 찾아와 그가 믿는 애마 사브에 연결하여 죽음의 수단을 바꾼 것입니다. 가스에 질식하며, 그는 사랑하는 아내 소냐와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아빠의 죽음과 화재로 집을 잃는 불행을 겪었고, 이에 공무원의 횡포로 인해 보상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불행한 남자의 앞에 우연히 나타난 소냐는 한 줄기 빛 같았습니다. 외로움과 어려움에 시달리던 그를 따뜻하게 채워주었습니다. 아내가 그의 빛이었기 때문에 그는 빛을 잃었던 것입니다. 화를 내던 그가 이해받아 안타까워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쾅쾅 이사 온 이웃집 여자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친 남편을 옮긴 병원까지 태워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오베는 그녀의 부탁으로 운전기사로 아이들을 돌봐주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부탁으로 운전 연수까지 자신의 차로해줍니다. 그는 이것만 마치고 얼른 삶을 끝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마치 그의 죽음을 막아 세우는 것처럼 떠돌이 고양이와 커밍아웃을 한 소년까지 이상한 이웃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오베의 계획이 자꾸 밀려갑니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1위 원작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유럽 전역부터 전 세계 30개 국까지 판권 수출로 엄청난 성공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도 약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2015년에는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기록만큼이나 드라마 같은 비하인드도 있습니다. 무명작가 배크만이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던 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받아 책으로 출간된 것입니다. 인기에 힘입어 '오베라는 남자'는 2016년에는 스웨덴에서 영화화되어 개봉되었고, 영화는 낯선 스웨덴 영화라는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소냐를 연기한 이다 엥볼의 미소는 오베가 왜 죽음까지 결심하게 됐는지 설득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2020년에는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미국판까지 제작되어 개봉되었습니다.
연대를 통한 삶의 따듯한 방향을 제시하다.
제가 본 오베는 괴팍하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고집스럽고 강렬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 거칠어도 필요할 때마다 곁에 있어주는 그를 이웃들은 알아봐 줍니다. 영화는 오베와 이웃들을 통해 연대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를 알려줍니다. 비록 영화이기에 아름답게 포장된 것이겠지만 삶은 이런 것이라는 것도 알려줍니다. 따뜻한 연대는 슬프지 않은 장면에서도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버립니다. 영화를 보고 나는 나의 노후에도 저렇게 따뜻한 연대가 있기를, 진정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내가 되기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삶의 따뜻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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