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인생을 깨는 질문,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가
2024년 새해가 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작년 한 해는 좋았던 것보다 안 좋았던 것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면 쓸데없이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스스로 손해를 보게 만들어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내 태도의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새로운 한 해를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신년은 하얀 바탕이 되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를 다시 얻은 느낌입니다. 설레기도 하고 성장한 느낌도 들면서 작년의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신년운세를 쳐보고 사주팔자를 보는 철학관을 검색해 보고, 어떻게 보면 믿을 수 없는 것들이지만 괜히 기대고 싶어집니다. 이럴 때, 좀 더 괜찮아지기 위한 여자의 여행을 담은 영화가 생각납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리즈가 발리의 예언가로부터 3가지 예언을 듣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31살에 좋은 집과 성공한 직업을 가진 작가 리즈는 남편과 침대에 누워서 이혼하자고 말합니다. 능력은 없어도 다정한 남편, 1년 전 구매한 아파트 모두가 그녀가 원했던 일이고 힘들게 얻어낸 것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혼을 결심한 그녀는 발리에서 만난 앞니 빠진 예언가의 말대로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새롭게 이탈리아에 가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금세 새로운 남자도 만납니다. 이혼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인지, 다정하고 꿈만 좇던 남편과 똑 닮은 어린 남자를 만나서 다를 것 없는 생활을 하며 자신을 잃어버립니다.
나를 되찾기 위해 긴 여행을 결심하다.
그래도 다행히 결혼 생활을 8년간 유지한 것처럼 관계를 잡고 늘어지지 않고 비행기표 3장을 구매했습니다. 리즈가 걱정되었던 친구는 그녀의 결심을 말리기 위해 원래 사람 산다는 게 다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리즈가 현실을 포기하고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10대에 연애를 하고 20대에 결혼을 하고 30대에 예쁜 집에 살면서 나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상담사를 찾아가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던 리즈는 15살부터 연애만 해오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며 잃었던 나를 되찾아 모든 열정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쉬고 아쉬람에서 명상하고 발리에서 마무리할 거라는 그녀의 계획에 친구는 질문했습니다.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리즈의 표정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집을 나서는 리즈에게 이혼하고 사귄 남자 친구는 인도에 가는 대신 인도 음식을 같이 먹자며 여행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만 붙들고 있어봤자 자기만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리즈는 그렇게 1년의 여행을 강행합니다.
먹고, 기도하면서 깨달음을 얻다.
타국에서 지내면서 그 나라의 관광지와 사람들을 통해 리즈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진심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여정은 일종의 인생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래가 불안해서 용기를 얻고 싶어질 때면 다시금 생각나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지내던 중 남자친구에게 보냈던 메일 내용입니다. "내 인생이 혼란스러웠던 게 아니라 집착이 문제란 걸 알았어. 때론 무너져도 괜찮아.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있잖아. 이 영원한 도시 아우구스테움에서 봤듯이,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발전해. 우린 서로를 떠나야 변할 수 있어. 두렵지만 한 번은 무너져야 해." 실패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기 때문에 이 대사로 위로와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여행지에서 얻은 리즈의 첫 번째 깨달음이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얻은 이 깨달음이 그녀에게 완전한 평화를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여행지가 2곳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아쉬람으로 건너간 리즈는 기도원에 들어갔습니다.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했던 리즈는 기도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퉁명스러운 듯 따뜻한 친구가 다가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남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갖고, 스스로 용서하지 못했던 자신을 마주 보고 인정하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먹고, 기도하면서 자신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이런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거 같습니다. 영화 덕분에 용서까지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나의 창피한 모습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눈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영화
처음에는 좋은 아파트도 있고 일적으로 능력도 있는 성공한 여자가 특별한 일 없이 괴로워하는 것에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큰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배부른 소리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리즈와 친구의 대화에서부터 그녀의 행동과 고통에 점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많이 고민하고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도 대학, 연애, 결혼, 집 반듯이 밟아야 할 계단처럼 보이지 않게 정해진 암묵적인 사회적 약속 때문에 괴로웠던 많은 사람들 또한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밟기도 힘든 계단을 남들이 밟았다고 올라가야 하는지 고민되는 사람, 막상 올라갔는데 내가 이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고민되는 사람 등등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조금씩 리즈가 존재할 것입니다. 균형을 잘 찾아가다가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는 결말이 아쉽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랑이 꼭 이성적인 사랑이어야만 했을까, 본인을 사랑하는 것으로 끝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많이 공감했지만 사랑스러운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와 이탈리아, 아쉬람, 발리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 제일은 사랑이라고 하니 2024년에는 사랑의 힘을 깨닫고 이 영화의 결말에 제가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화가 엄청 깊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아름다운 여행지의 풍경과 사랑스러운 그녀의 연기는 분명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힐링을 원하는 사람에게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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