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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힐, 어느 날 찾아온 톱스타와의 운명적인 사랑

by 애매한 숫자 2024. 1. 8.

책방 주인과 탑스타의 운명적인 만남

노팅힐에 예쁜 파란 지붕 집에는 바람난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고 괴짜 친구와 동거하는 윌리엄이 살고 있습니다. 그는 좋아하는 노팅힐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데 매달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약간의 우울함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우울한 수요일을 보내야 하는 윌리엄의 작은 서점에 어느 날 탑 배우 안나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거짓말 같은 안나의 등장에 눈을 떼지 못하고 윌리엄은 바보같이 횡설수설하다 겨우 책값을 계산하게 됩니다. 서점에 아름다운 안나가 왔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윌리엄은 그녀를 계속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보처럼 굴다 사람도 보지 못하고 주스를 쏟습니다. 주스 벼락을 맞은 사람은 믿을 수 없게도 서점에서 본 탑스타 안나였습니다. 정신없이 안나에게 사과를 하며 그는 집에서 옷이라도 갈아입고 가라며 권합니다. 청소도 안 되어 있는 집에 안나를 초대하다니 지저분한 방과 어울리는 그는 서점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얼간이같이 행동합니다. 덕분에 그의 말마다 족족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던 안나는 결국 작별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윌리엄은 누가 봐도 별로긴 했습니다. 이대로 끝인 줄 알고 아쉬워서 문 앞에 얼간이처럼 서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초인종이 울립니다. 놓고 간 물건을 되찾으러 안나가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열린 문으로 들어온 그녀는 갑자기 그에게 키스를 합니다. 로맨스의 시작은 우연이라지만 안나의 돌발 행동은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사는 세계가 다른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충동적인 안나의 행동에 빠져드는 윌리엄과 알기 어려운 마음을 가진 안나가 서로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기까지 두 사람은 오해와 고백을 반복합니다.

이야기에 매력을 더해주는 사랑스러운 결핍들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는 동생과 특이한 취향을 가진 동거인, 그리고 마지막 브라우니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불행을 시니컬하게 표현하는 벨라와 버니 등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관점 포인트는 윌리엄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서로의 결핍을 보완해 주는 시니컬한 농담과 친구의 사랑을 위해 몸을 바치는 못난이들의 노력을 보고 있으면 눈물 나게 사랑스럽습니다. 결핍은 우울함을 가져올 수 있지만, 친구들의 고백과 시니컬한 농담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웃음과 위로를 줍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허니의 생일 파티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통계적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결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근사한 사랑을 통해 이상을 보여주고, 결핍이 있는 윌리엄과 안나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가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예쁜 이상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결핍을 시니컬한 농담으로 잘 조화시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 노팅힐

노팅힐은 로맨스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정도는 봤다고 말할 정도로 고전 로맨스의 교과서 격인 영화입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았는데 아마, 지금 재개봉한다고 해도 흥행에 무리가 없을 만큼 훌륭한 점이 많습니다. 일단 주인공인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리즈 시절 얼굴 조합은 정말 최고입니다. 거기에 노련한 연기는 정말이지 완벽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완벽함, 듣는 순간 바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끈적하면서도 달콤한 영화의 OST 곡입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 안나의 기자회견에서 윌리엄이 고백하는 장면에 나오는 곡인데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공개하는 장면에 나오는데 극적인 클리셰도 물론 좋지만 장면을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OST가 정말 특별합니다. 이 곡은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로 시끄러워진 기자 회견장을 오직 두 사람만이 세상에 남은 것처럼 만들어줍니다. 실제로 노팅힐 OST 곡인 "She"는 따로 원곡이 있지만 워낙 노팅힐 영화로 각인되어버리는 바람에 아직도 노팅힐에 나오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버전을 원곡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남자판 신데렐라, 색다른 시선과 신선한 반응

보통의 로맨스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여자 주인공의 시선으로 극이 진행되거나 제3의 시선으로 두 사람을 공평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안나의 입장을 뺀 체 윌리엄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노팅힐 흐름은 제법 다르게 다가옵니다. 물론 대사를 통해 안나의 마음을 전부 보여주지만 윌리엄을 따라다니며 극이 진행되기 때문에 윌리엄 입장에 이입해서 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왕자가 가난한 여자를 구해주는 신데렐라 클리셰를 비틀었다는 것입니다. 이혼남에 매달 적자나 내던 윌리엄이 돈 많고 예쁜 탑스타 안나를 따라 레드 카펫까지 걷고 잘 먹고 잘 살게 됩니다. 몰래 들어갔던 잔디밭에 한가롭게 임신한 아내와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윌리엄의 모습은 돈 많은 아내를 만나 여유롭고 행복해진 전형적인 신데렐라 클리셰의 결말 같습니다. 사실 신데렐라 스토리는 일부 여자들도 유치하다고 거를 만큼 호불호가 강한 장르라 보통 남자들은 가볍다느니 말이 안 된다느니 백 개의 말을 하면서 온몸으로 거부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노팅힐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노팅힐을 인생 로맨스 영화라고 말합니다. 몇 번을 재탕했다는 그들의 반응이 의외라서 정말 신선합니다. 될 수만 있다면 신데렐라를 꿈꾸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무튼 봄이나 가을쯤 잔잔한 로맨스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근사한 로맨스 영화 "노팅힐"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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