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
30대가 되어보니 어릴 때 매주 만났던 친구들의 존재가 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같은 학교를 나왔지만 깊게 사귀지 않았던 친구들조차 매년 만나게 되면서 그 소중함을 매년 세기고 있습니다. 연말과 연초에 특히 더 그렇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 사람이 귀해진다는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나이가 드니 친구들과 약속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직 은퇴를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생각해 보니 괜히 혼자 있을 제 처지가 상상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정을 점검해 보면 과연 그때까지 남아있을 친구들이 얼마나 있을지 걱정부터 됩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이 걱정을 하고 있기는 했습니다. 원하는 그림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속에 연출되는 근사한 우정이지만 현실은 이런 친구들을 사귀려면 몇 년을 회귀해야 합니다. 꾸준히 인생 버킷리스트에 절친 만들기를 적어왔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우정은 곧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내세울 친구는 없고 눈 깜빡하면 중년이 코앞인 30대가 되었습니다. 괜히 처지가 초라해 지는 기분입니다. 아직 넌 괜찮다고 말해 줄 무언가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위로해 줄 사람은 없으니 희망을 줄만한 영화를 찾아봤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 중에 영화만큼 짧은 시간 안에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역시 이런 처지에 딱 맞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무려 70대에도 여전히 빛나는 우정으로 사랑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여자들의 이야기 영화 "북클럽 넥스트 챕터"입니다.
70대에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영화는 네 명의 70대 여자들이 영상 통화로 독서 모임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전 세계에 코로나 질병이 퍼져도 영상 통화로 독서 모임을 지키는 4명의 70대 여자들은 30대의 제 처지를 안심시켜주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한다면 70대에는 네 사람 같은 30년 지기 친구들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영상 통화로 남자친구 이야기도 하고, 남편 이야기도 하고, 은퇴도 축하하고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사실 영화 "북클럽 넥스트 챕터"는 네 명의 여자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여행 이야기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처음으로 모인 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나이가 많은 그녀들도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각자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가자는 친구의 말에 세 사람이 핑계를 대는 모습은 여행을 가기 전에 친구들과 계획을 세우는 우리네 모습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죽어서, 약혼자가 가라고 해서, 이런 기회가 다시없을 거 같아서,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이유는 다 다르지만 온 우주가 네 사람을 여행 보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안 맞는 듯하면서도 잘 맞는 네 사람은 결국 결혼을 앞둔 친구의 처녀 파티를 핑계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납니다. 독서 클럽답게 여행 중간중간 읽었던 책의 구절을 외치면 다른 사람이 책의 제목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서로가 공유하는 내용으로 하나 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툭툭 생각지도 못한 재치 있는 입담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도 유쾌했습니다. 네 사람처럼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여자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사한 네 사람의 우정
네 사람은 근사한 작품들도 보고 곤돌라도 타고 즉흥적으로 여행 지도 바꾸면서 낭만적인 여행을 즐깁니다. 물론, 네 사람의 여행은 완벽하게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베니스를 가는 기차에서 짐을 도둑맞고 토스카나를 향해 가던 차는 타이어에 펑크가 나버립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네 사람은 각자 앙큼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짐을 잃어버렸을 때 책 "연금술사"의 이야기를 하면서 진정한 모험 정신으로 여행 그 자체를 즐기던 모습이 근사했습니다. 오랫동안 죽은 남편의 유골을 보관하고 있던 다이앤, 나이 70살에 초혼을 앞두고 걱정하는 비비안, 남편이 죽을까 봐 두려워하는 캐롤, 멋진 샤론 네 사람이 감옥에서 서로를 위해 신랄하게 조언도 하고 따뜻하게 위로를 나누는 모습이 따뜻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을 뽑아보자면 키스와 사랑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내 아이 혼수 걱정, 손주 걱정, 은퇴해야 하는 노후 걱정 등등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병들어서 약해진다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70세의 노련한 플러팅이 새롭고 70세의 연인들이 나누는 키스가 보기 좋았습니다. 저의 바보 같았던 편견과 그 때문에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초라해질 미래를 걱정하느니 차라리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서 우아하게 입담을 늘리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단한 알에 금이 살짝 나서 쪼개진 느낌입니다. 그래도 우아하고 재치 있는 친구들이 올해는 꼭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나이 먹은 슬픈 30대들을 위해 영화 "북클럽 넥스트 챕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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